가을이라 추위가 걱정되었지만, 핫팩, 전기장판, 그리고 새로 구입한 저전력 온풍기까지 모두 챙겨서 캠핑을 떠났습니다. 이번에 찾은 캠핑장은 지난번 갔던 선착순 캠핑장으로, 사이트가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어 프라이버시가 잘 지켜지고 구획도 넓고 깨끗해서 다시 선택하게 되었어요.
첫날은 예상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이번 캠핑도 성공적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둘째 날 아침부터 날씨가 흐려지며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하필 이번에는 돔 텐트인 브루클린 로이 텐트를 챙겨왔기에 바람을 피하려고 서둘러 윈드스크린을 설치했습니다. 바람 방향을 잘 고려해서 설치했지만, 바람은 제 예상과는 정반대로 불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불멍을 하기 어려웠고, 결국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어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제만 해도 따사로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이번 캠핑이 너무 계획 없이 이뤄진 건 아닌가? 괜히 시간만 때우려는 것 같고, 지루하다"는 배부른 생각이 했더랬죠. 막상 비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동시에 자연을 이겨내며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솟아올랐습니다. 이게 바로 캠핑의 묘미 아닐까요? 바람과 비를 이겨내고, 자연의 힘 앞에서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는 것. 그렇게 저는 빗속에서 윈드스크린의 로프를 단단히 묶고, 화로의 자리를 조정하며 불멍을 강행했습니다.
드라마처럼 저녁 식사 시간에는 바람과 비가 잠잠해져, 화로도 잘 피우고 고기도 맛있게 구워 먹었습니다. 와인과 치즈가 들어간 할라피뇨 안주까지 곁들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참고로, 안주로 즐긴 알미토 스위트 피컨트 체리 페퍼는 이날의 베스트 안주였습니다. 밤에는 해루질도 나가봤어요. 날씨 때문인지 바닷물도 탁했고 조개들의 활동성도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힘은 한없이 작다. 마지막 날 아침, 바람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라도 텐트 안에 있으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문제는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강풍과 추위를 견디며 폴을 하나씩 제거하는데, 텐트를 날려버릴 듯이 몰아치는 바람에 몸과 마음이 지치는 순간이었습니다. 추위 속에서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아들이 열심히 도와주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양 볼이 빨갛게 얼어붙은 모습이 참 짠했습니다. 결국 아들을 차로 대피시키고, 남은 짐을 이를 악물고 정리했습니다.
이번 캠핑에서 깨달은 것. 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추위 속 캠핑은 저와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래도 꼭 가야 한다면,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리빙쉘 텐트가 필요하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전에는 인간은 결코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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